솔직히 말씀드리면, 강윤성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누구지?" 싶었습니다. 2017년 범죄도시가 개봉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달랐습니다. "아, 이 감독 뭔가 다르네."
범죄도시는 그해 천만 관객을 넘나들며 화제였던 다른 영화들과는 결이 달랐어요. 화려한 CG도 없고, 유명 배우가 잔뜩 나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끌렸습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도 그때까지는 조연급이었죠. 그런데 강윤성 감독은 이 모든 걸 하나로 엮어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냈어요.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까지, 그의 독특한 이력
강윤성 감독이 원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나니까 더 이해가 됐습니다. 범죄도시를 보면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거든요. 심지어 5분도 안 나오는 조폭들까지도 각자의 색깔이 있어요. 이런 건 연출 감각만으로는 안 되는 거고, 오랫동안 글을 써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그가 시나리오를 쓴 작품들을 찾아보니 꽤 많더라고요. 다만 감독으로 데뷔한 건 범죄도시가 처음이었고, 그래서인지 더 신중하게 접근한 느낌이에요. 첫 작품부터 대박을 터뜨린 건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그동안의 내공이 쌓였기 때문이겠죠.
마동석과의 파트너십도 빼놓을 수 없어요. 솔직히 마동석이 주연을 맡는다고 했을 때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연으로만 봤던 배우니까요. 그런데 강윤성 감독은 마동석의 어떤 면을 봤던 걸까요? 영화를 보면 답이 나와요. 마동석의 투박함과 강윤성 감독의 현실적인 연출이 만나니까 진짜 경찰 같더라고요.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아마 강 감독이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써왔기 때문에, 배우의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는 눈이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강윤성 감독의 강점은 캐릭터들 간의 관계 설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과 악역의 대립구조도 단순하지 않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각각 다른 깊이를 가지고 있어요.
범죄도시를 다시 보면 정말 디테일이 살아있어요.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 형사의 캐릭터만 봐도 그래요. 거칠지만 따뜻하고, 무뚝뚝하지만 정의로운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거든요. 이런 캐릭터 구축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인물을 관찰하고 분석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현실적 연출과 한국형 액션의 새 지평
강윤성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보면 현장감을 중시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CG로 때려박는 게 아니라 실제로 찍을 수 있는 건 다 찍으려고 하죠. 범죄도시의 액션 장면들도 그렇고, 추격전도 그렇고요. 인터뷰를 보니까 "배우들이 현장에서 편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촬영장 분위기도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범죄도시의 액션 시퀀스를 보면 과도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임팩트가 강해요. 마동석의 주먹 하나하나에 무게감이 느껴지고, 액션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이런 스타일이 당시 한국 액션 영화계에서는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홍콩 느와르나 할리우드 액션을 모방하는 대신, 한국적인 정서와 현실성을 바탕으로 한 액션을 만들어낸 거죠.
또한 강윤성 감독은 공간 활용에도 뛰어난 감각을 보여줘요. 가리봉동이라는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공간이 가진 특성을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냈거든요. 단순히 배경으로만 쓰인 게 아니라,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좁은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나, 중국 음식점에서의 대화 장면들이 모두 그 공간의 특성을 살려서 연출됐어요.
범죄도시 이후로 한국 액션 영화가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과도하게 멋을 부리거나 비현실적인 액션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무게감 있는 액션들이 늘어났어요. 강윤성 감독이 만든 흐름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특히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완전히 현실은 아니지만,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니까요.
범죄도시의 성공 이후 많은 후속작들이 비슷한 스타일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겉모습만 따라했을 뿐 강윤성 감독만의 진정성은 따라하기 어려웠어요. 결국 중요한 건 기법이 아니라 이야기에 대한 진심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라는 걸 보여준 것 같습니다. 강 감독의 경우 시나리오 작가 시절부터 쌓아온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개인적으로는 강윤성 감독이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니까 분명 다른 이야기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액션 영화 외에도 드라마나 스릴러 같은 장르에서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제작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감독으로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볼 기회도 필요할 것 같아요.
다만 범죄도시라는 IP가 워낙 성공해서,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강 감독이라면 시리즈 안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매 작품마다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보이거든요.
결론
강윤성 감독이 범죄도시로 보여준 건 단순히 성공한 액션 영화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화려한 볼거리나 스타 파워에 의존하지 않고도, 탄탄한 스토리와 진정성 있는 연출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거든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는 배경이 그의 가장 큰 무기인 것 같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실적인 상황 설정, 그리고 자연스러운 대사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관객들이 '진짜 같다'고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낸 거죠.
앞으로 그가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정말 기대됩니다. 범죄도시라는 성공작에 안주하지 않고,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길 바라요. 한 명의 영화 관객으로서 강윤성 감독의 작품을 지켜보는 재미는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