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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이 터진 시대를 살아온 감독의 따뜻하고 냉정한 시선

oncelife 2025. 6.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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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유이치로 감독
하야시 유이치로 감독

 

며칠 전에 친구가 일본 영화 하나 추천해줬어요. "이거 진짜 좋다, 꼭 봐라" 하면서 보여준 게 하야시 유이치로 감독 영화였는데...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니까 진짜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감독에 대해 좀 찾아봤는데,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사람이에요. 한국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꽤 주목받는 감독이라고 하네요. 더 파고들어보니까 정말 독특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감독이었어요.

우연히 만난 새로운 감독

제가 본 영화는 '불안의 도시'라는 작품이었어요. 2016년 작품인데, 도쿄 어딘가의 재개발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평범한 일본 드라마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까 뭔가 다르더라고요.

일단 분위기가 독특해요. 스릴러 같기도 하고 드라마 같기도 하고... 그런데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너무 자연스럽고요. 일본 영화 보면 가끔 과장된 연기나 어색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게 거의 없었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주인공이 사는 동네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옛날 건물들이 헐리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주인공의 마음도 함께 변해가는 게 정말 리얼하게 그려져 있었어요. 마치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느꼈던 그 묘한 감정과 비슷하더라고요.

하야시 유이치로는 1987년생 감독으로, 와세다대 영화학과 출신이라고 해요. 2011년에 첫 장편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젊은 감독이라서 놀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화광이었다고 하는데, 90년대 일본 드라마나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를 엄청 많이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서양 영화의 긴장감과 일본 영화의 섬세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것 같아요.

90년대 일본을 살아온 감독의 시선

하야시 감독을 이해하려면 그가 살아온 시대를 알아야 할 것 같아요. 87년생이니까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을 텐데, 그때가 일본에서는 정말 격동의 시기였거든요. 버블 경제가 터지고,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웠던 때죠.

그 시절 일본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지만,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무너지고,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동네 공동체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하야시 감독이 자란 동네도 실제로 대규모 개발로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이런 배경이 그의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특히 '불안의 도시'를 보면, 재개발로 변해가는 동네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그냥 '요즘 젊은이들 힘들다'는 식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왜 힘든지, 그 구조적인 원인이 뭔지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 특유의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문화도 그의 영화에 잘 표현되어 있어요. 등장인물들이 화가 나거나 슬퍼도 대놓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은 행동이나 표정, 심지어는 소품을 통해서 감정을 전달하는데, 이게 정말 자연스럽게 표현돼요.

대학 때 심리학이나 사회학 쪽 공부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정말 섬세합니다. 단순히 사건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들어요.

작품 세계와 독특한 연출 기법

하야시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몇 개 더 찾아봤어요. 2011년 첫 작품인 '잃어버린 시간의 그림자'부터 시작해서, 최근 작품들까지 쭉 보니까 확실히 일관된 스타일이 있더라고요.

항상 '변화'라는 키워드가 중심에 있습니다. 공간의 변화, 관계의 변화, 마음의 변화... 이런 것들을 정말 세밀하게 관찰해서 영화로 만드는 것 같아요. '잃어버린 시간의 그림자'는 20대 청년이 가족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걸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뻔할 수 있는 소재를 정말 새롭게 풀어냈어요.

하야시 감독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사운드 사용법입니다. 음악을 과하게 쓰지 않고, 대신 일상의 소리들을 정말 효과적으로 활용해요. 지하철 소리, 공사장 소리, 바람 소리... 이런 것들이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고요.

촬영 기법도 독특해요.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적당한 균형감이 있습니다. 특히 공간을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적인데, 아마 대학에서 공부한 것들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건축이나 도시계획 쪽 지식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하야시 감독은 정말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 나온 '침묵의 파편'이라는 작품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고, 넷플릭스와도 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감시 사회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는데, 요즘 시대상을 잘 반영한 주제 같아서 기대됩니다.

일본 영화계에서도 하야시 감독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젊은 감독들 사이에서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하고요. 심지어 영화학교에서도 그의 작품을 분석하는 수업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건, 하야시 감독이 전통적인 일본 영화와 현대적인 글로벌 감각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고 있다는 점이에요. 너무 일본적이어서 해외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구적인 것만 따라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합니다.

결론

하야시 유이치로 감독의 영화를 통해 느낀 건, 진정한 창작자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는 90년대 일본의 혼란과 변화를 몸소 경험했지만, 그것을 단순히 비관하거나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그의 균형감각입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시선 말이에요. 이런 태도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궁금해요. 지금까지는 주로 현실적인 드라마나 스릴러를 만들었는데, 다른 장르에도 도전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장르를 선택하든 그만의 섬세한 시선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그의 영화들이 더 많이 소개되면 좋겠어요. 일본 영화 좋아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를 찾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감독입니다. 특히 요즘 뻔한 상업영화에 지친 분들이라면 하야시 감독 영화를 한번 경험해보시길 강력히 추천해요. 처음 일본 영화에 관심 갖게 해준 친구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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