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게임 팬의 반신반의 - 또 망친 게임 원작 영화일까요?
- 생각보다 괜찮은 액션 - 총질만 하는 영화 아니었어요
- 47번의 고민 - 킬러도 사람이더라고요
- 윤리적으로 좀 복잡해요 - 누굴 응원해야 할까요?
- 집에 가면서 - 결국 볼 만했나요?
솔직히 게임 원작 영화라고 해서 기대 안 했어요. 보통 이런 영화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잖아요. 근데 친구가 "이번엔 진짜 다르다"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음,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게임 팬의 반신반의
히트맨 게임은 중학교 때부터 했어요. 그 대머리 바코드 아저씨가 여러 가지로 변장해서 타깃을 조용히 처리하는 게임이죠.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2007년 첫 번째 히트맨 영화도 봤는데... 그냥 그랬거든요.
근데 이번 히트맨2는 좀 달랐어요. 일단 게임의 그 특유한 '조용한 암살'을 영화에서도 살리려고 노력한 게 보였어요. 첫 장면부터 47이 이탈리아에서 정치인을 처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게임하던 기분이 났어요.
물론 게임처럼 옷장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경비원 목 졸라서 기절시키고 옷 뺏어입는 건 없었지만(그럼 코미디가 되겠죠), 나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잘 표현했어요.
생각보다 괜찮은 액션
요즘 액션 영화들 보면 다 비슷하지 않나요? 총 쏘고, 폭발하고, 차 추격하고... 그런데 히트맨2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오페라 극장 장면이었어요. 47이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서 타깃을 제거하는 장면인데, 음악이 절정에 달할 때 총소리가 묻히도록 타이밍을 맞추는 거였어요. 이런 디테일이 좋았어요.
그리고 액션이 무작정 화려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47은 원래 조용히 일 처리하는 캐릭터니까요. 주먹으로 막 때려부수는 것보다는 정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변장해서 접근하고, 순간적으로 처리하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게임의 그 느낌을 영화로 잘 옮긴 것 같았어요.
47번의 고민
이 영화에서 의외로 좋았던 부분은 47의 내면을 보여준 거예요. 게임에서는 그냥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일 뿐이잖아요. 근데 영화에서는 그도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중반쯤에 어릴 때 기억이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아, 이 사람도 원래는 평범한(?) 아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평범하지는 않았겠지만... 암튼 그냥 냉혈한 킬러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 한 것 같아요.
특히 조직에서 내린 명령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왜 이 사람을 죽여야 하지?"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전까지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는데 말이에요.
윤리적으로 좀 복잡해요
이 영화 보면서 좀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주인공이 킬러잖아요. 사람 죽이는 게 직업인 사람이고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를 주인공으로, 어떻게 보면 영웅처럼 그려요.
물론 47이 죽이는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들이긴 해요. 부패한 정치인이라든지, 마피아라든지... 그래도 뭔가 찜찜하긴 하더라고요. 이 사람을 응원해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47이 단순히 명령에 따르는 게 아니라 자기 판단으로 행동하기 시작해요. 마지막 임무에서는 타깃을 죽이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집에 가면서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영화였어요. 게임 팬으로서도 만족스럽고, 액션 영화로서도 볼 만했어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게임 원작 영화는 다 망작"이라는 편견은 깨뜨린 것 같아요.
다만 좀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러닝타임이 좀 길다는 느낌이었고, 중간에 늘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리고 47 말고 다른 캐릭터들은 좀 평면적이었달까요.
그래도 히트맨이라는 게임을 좋아한다면, 아니면 좀 다른 스타일의 액션 영화를 찾고 있다면 한 번 볼 만해요. 기대 없이 봤다가 의외로 재밌게 본 영화였어요.
아, 그리고 엔딩크레딧 후에 뭔가 나올 것 같아서 끝까지 앉아있었는데 아무것도 안 나와요. 그냥 나오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