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손, 픽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계 감독
픽사 하면 보통 존 래시터나 피트 닥터 같은 백인 남성 감독들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조용히, 하지만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계 감독이 있습니다. 바로 피터 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굿 다이노>로 처음 알았을 때는 "음... 뭔가 아쉽네"라는 생각이었는데, <엘리멘탈>을 보고 나서는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사람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졌거든요.
📖 목차
1.브롱크스에서 자란 이민자 2세의 어린 시절
2.꿈을 찾아 떠난 캘아츠, 그리고 픽사 입성
3.첫 감독작의 달콤쓴맛, <굿 다이노>
4.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엘리멘탈>
5.피터 손이 픽사에 남긴 것들
브롱크스에서 자란 이민자 2세의 어린 시절
피터 손은 1977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1세대 이민자였고, 영어도 서툴렀습니다. 많은 한국 이민자 가정이 그렇듯, 부모님은 세탁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배경이 정말 와닿습니다. 저도 이민자는 아니지만, 문화적으로 다른 환경에 놓여본 경험이 있어서 그 복잡한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거든요. 피터는 학교에서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기도 했고, 집에서는 부모님과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나는 항상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는 그의 말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한국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미국 사람도 아닌... 그 애매한 위치에서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 하지만 바로 그 혼란이 나중에 그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찾아 떠난 캘아츠, 그리고 픽사 입성
고등학교를 졸업한 피터는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CalArts)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캘아츠는 디즈니와 픽사 출신들이 정말 많이 나온 곳입니다. 여기서 실력을 쌓은 피터는 결국 픽사에 입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시작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월-E> 같은 작품들에 참여하면서 픽사의 작업 방식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그리고 <업>에서는 러셀이라는 아시아계 소년 캐릭터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목소리 연기도 했고요.
솔직히 <업>의 러셀을 볼 때마다 피터 손을 떠올리게 됩니다. 뭔가 그의 어린 시절과 겹쳐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순수하지만 어른스럽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특히 그렇습니다.
첫 감독작의 달콤쓴맛, <굿 다이노>
2015년, 드디어 피터의 첫 장편 감독작 <굿 다이노>가 나왔습니다. 공룡과 소년의 모험담인데... 솔직히 말하면 좀 아쉬웠습니다. 비주얼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자연 풍경은 실사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좀 뻔했다고 할까요?
픽사 작품치고는 임팩트가 부족했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였습니다. 흥행도 그렇고, 비평도 그렇고. 아마 피터에게는 정말 힘든 시기였을 것 같습니다. 첫 감독작이 이렇게 받아들여지면 정말 좌절스러울 텐데...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굿 다이노>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여행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결국 피터 자신의 경험과 닿아있거든요. 다만 그것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을 뿐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엘리멘탈>
그리고 2023년, <엘리멘탈>이 나왔습니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아, 피터 손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4원소들이 사는 도시라는 설정 자체가 이민자 공동체의 은유입니다. 불의 정령 앰버는 가족의 기대와 전통 사이에서 고민하고, 물의 정령 웨이드는 자유롭고 감정적입니다. 이 둘의 만남과 갈등, 그리고 이해의 과정이 정말 아름답게 그려졌습니다.
특히 앰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불 원소 상점은 완전히 한국의 전통 가게 같았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일하고, 아버지의 꿈을 딸이 이어받기를 바라는 모습... 이건 피터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게 분명합니다.
물론 완벽한 작품은 아닙니다. 좀 뻔한 부분들도 있고, 픽사 특유의 깊이가 아쉬운 순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만큼은 확실했습니다.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구나, 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피터 손이 픽사에 남긴 것들
피터 손의 가장 큰 의미는 픽사에 '다양성'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픽사도 이미 다양한 문화를 다루려고 노력해왔지만, 대부분은 외부자의 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터는 당사자입니다. 실제로 그 문화 속에서 자라고, 갈등하고, 성장한 사람입니다.
<엘리멘탈>을 보면서 느낀 건, 이민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따뜻하고 보편적으로 그릴 수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특정 문화에 국한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아쉬운 부분들도 있습니다. 피터의 작품들이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거든요. <굿 다이노>도 그렇고, <엘리멘탈>도 초기에는 흥행이 부진했습니다. (나중에 입소문으로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요.)
개인적으로는 피터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픽사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개인의 색깔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계속 도전했으면 합니다.
결론적으로...
피터 손은 픽사에서 정말 특별한 존재입니다. 기술력이나 상업성 면에서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진정성 면에서는 분명히 인정받을 만합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비록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에 와닿거든요.
앞으로 피터 손이 어떤 이야기를 더 들려줄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마 그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성숙하고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픽사도, 할리우드도 더 다양해질 거라고 믿습니다.